2010. 10. 19. 13:27
 
"바람재 들꽃" 꽃님들의 사진과 편지가 날아 들었어요.!!!
 

바람재 꽃님에게...!

달빛은 빛나고 바람은 서늘한 가을밤에는 무엇을 할까요?

"그대는 저 물과 달을 아시는가? 흐르는 것은 이 물과 같되 일찍이 가버린 바 없고, 차고 기우
는 것은 저 달과 같되 마침내 늘고 줆이 없다오. 무릇 변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천지가 한 순간
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불변의 관점에서 본다면 만물과 내가 모두 다함이 없으니 또 다시 무엇
을 부러워하리요? 아, 이 천지 사이에 사물은 제각기 주인이 있어서 참으로 나의 소유가 아니면
털끝 하나 취할 수 없거니와, 오로지 저 강물 위를 불어가는 맑은 바람과 산 위에 뜬 밝은 달만
은 귀를 지나면 소리가 되고 눈과 만나면 빛깔이 되어 취하여도 금하는 이 없고 쓰고 또 써도 다
함이 없나니 이는 조물주의 무진장한 보배요 나와 그대가 함께 즐기는 바입니다."
                                                                                소동파 / 전적벽부에서

황주의 적벽 아래 한 조각 작은 배를 띄우고 퉁소 소리에 맞추어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화답하는
정경을 읊은 글을 읽는 것도 멋진 일입니다. 세상을 호령하던 일세의 영웅도, 문필의 향기를 휘날
리던 절세 문인도 지금은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네 삶이란 연잎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는 이슬임
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절입니다. 

소동파는 일생 불우했지만 만족할 줄 알았고, 예술에 심취했으며, 실학에 능했고, 주변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이런 그의 성징은 고기 반찬 없이 밥 먹을 수 있어도 대나무가 없으면 
속(俗)된다며 대나무를 몹시 사랑한데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나무하면 '대의 고장'
담양의 대숲도 볼만하지만, 송광사 불일암 가는 산길의 대숲이 더 운치가 있습니다.  

불일암 가는 길은 천천히 걸어도 20여분 정도 걸리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산길입니다. 
적당히 부드럽게 구불거리는 산길 좌우에는 편백과 삼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가 이내 서늘하고 푸
근한 이대와 왕대길로 이어집니다. 산길 중간 갈림길에는 'ㅂ'자가 쓰인 연꽃을 새긴 나무말뚝과 
조금 더 올라가면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작은 사립문이 나오는데 여간 곰살맞은 것이 아닙니다. 
터널 같은 대숲이 끝나고 암자가 보이면 반가운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반반입니다. 암자에 오르는
계단 오른쪽에 후리후리한 일본목련이 있고, 나무 아래에는 법정스님의 유골이 묻혀있어서 더 그
리운 곳입니다. 유골이 묻힌 곳은 가는 대나무로 작은 사각의 울타리를 둘렀습니다. 

죽귀유절(竹貴有節), 대나무는 절개가 있음을 귀히 여긴다고 했습니다. 
대나무는 데데하지 않습니다. 대나무는 마디 하나를 뻗을 때마다 수많은 잔가지를 내밀지만 그 중
에서 가장 실한 가지 하나만이 선택되어 올곧은 대나무가 됩니다. 뿌리는 단단하고 줄기는 굳세지
만 속이 빈 것은 겸허함이고 마디가 맺힌 것은 절개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나무는 사계절 한결같이 
푸르고 반듯하기에 우리가 걸어가는 길도 험난하거나 평탄하거나 대나무처럼 한결같기를 기원합니
다. 풍진(風塵) 세상에 대숲에 들어가서 천천히 걷는 것은 마음을 깨끗이 닦는 '세심'이 됩니다. 

대나무는 벼(禾)과에 속한 식물입니다. 대나무는 최소 60년, 길게는 120년 만에 한 번 꽃을 피웁니
다. 꽃이 필 경우에는 대숲 전체에 일제히 피지만 이 때 대나무는 지니고 있는 영양분을 모두 소
모하게 되어 말라 죽습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60년 이상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청나라 화가 '정섭'은 이렇게 대나무를 읊었습니다. 

 "마디 하나에 또 마디 하나 
  천 개 가지에 만 개 잎이 모여도
  내가 기꺼이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은
  벌과 나비를 붙들지 않으려 함이네"

또 김훈은 <자전거 여행>이란 책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다. 대나무는 죽순이 다 나와서 50일만에
다 자라버린다. 더 이상은 자라지 않고 두꺼워지지도 않고, 다만 단단해진다. 대나무는 그 인고의
세월을 기록하지 않고, 아무런 흔적을 남기진 않는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대나무는 몇 그루만 있어도 만 자의 기세가 있는 선비나 현인의 모습입니다. 날이 갈수록 숨가쁘게
흘러가는 시간의 물결 속에서도 반듯한 본래의 제 모습을 잃지 않는 대숲 아래 앉아 마음을 헹굽니
다. 

가을의 절정, 시월 상달입니다.
시월에도 대나무처럼 청안하세요.
                                                
                                                   
                                                                  2010년 시월 초하루 바람재 운영진 드림




순비기나무--정가네님


선운사 꽃무릇--민들레님


투구꽃--어진내님

돌콩--까치밥님


메밀꽃--네모님


꽃무릇--여행나라님


동자꽃--솔이님


더덕--디비디비님


부추꽃--운강님


애기며느리밥풀--산야님


무늬닭의장풀--둥굴레님


흰금강초롱꽃--늘봄님


절굿대--꿩의다리님


명자나무--한물결님


닻꽃--청로님


목화--이누스님


며느리밥풀--선한사람님


양하--산으로님


놋젓가락--다연님


흰진범--파란하늘꿈님


끈끈이여뀌--터앝님


마름--한물결님


플루메리아--달희님


좀작살나무--안빈낙도님


꽃무릇--방랑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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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니들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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